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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에이바'(감독 테이트 테일러)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 치명적인 킬러로 출연한 액션 스릴러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공항에 한 남자를 마중 간다. 검은색 정장에 금발 커트머리. 한적한 길에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옮겨 앉는다. 남자는 그녀의 뇌쇄적인 공격에 모든 경계를 푼다. 그녀가 묻는다. "무슨 나쁜 짓을 했나요?". 대답이 없자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다. 이런 행동은 킬러로서 금기된 행동이다. 조직의 지시는 깔끔한 마무리다. 그래서 그녀는 조직의 눈밖에 나고 만다.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1990)를 비롯해 연약한 여성을 살인 무기로 등장시킨 영화는 시대를 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화려한 외모의 여성 배우가 펼치는 고난도 액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킬러의 세계를 평정한 그녀들의 활약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아토믹 블론드'(2017), '레드 스페로'(2018), '안나'(2019) 등 최근 영화에서도 샤를리즈 테론과 제니퍼 로렌스, 사샤 로스 등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여성판 '존 윅'을 꿈꾸었다.
에이바(제시카 채스테인) 또한 100% 임무수행력을 보여주는 킬러다. 프랑스에서 임무수행을 마친 에이바는 어머니(지나 데이비스)가 입원했다는 소식에 수십 년 만에 고향인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독보적인 킬러 세계와 달리 고향은 그녀에게 상처만 덧나게 한다. 어머니는 잔소리만 늘어놓고, 여동생과 갈등은 더 심해졌다. 거기에 옛 남자 친구 마이클(커먼)은 여동생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암살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그러나 임무를 마친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채 돌아온다. 조직 보스인 사이먼(콜린 패럴)은 이를 계기로 그녀를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
'에이바'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와 액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다.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을 보여준다. 착 가라앉은 말투와 날카로운 눈빛, 타격감 넘치는 액션, 거기에 빨간 드레스를 휘날리며 벌이는 총격전까지 카리스마 넘친다.
그러나 '에이바'는 기존 여성 킬러 영화들과 약간 결을 달리한다. 인간적 고뇌와 상처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이 주된 플롯이기 때문이다. 에이바는 천재성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불우한 환경은 그녀를 최악으로 몰고 간다. 알코올 중독에 교도소까지 다녀오면서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결국 군입대를 하게 되고 특수요원으로 발탁되어 급기야 킬러로 양성된다.
'에이바'는 그런 주인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그린 영화다. 어긋난 과거는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 동생과 결혼할 남자친구는 다시 도박에 빠져 있다. 가족을 지켜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녀 또한 죽음의 사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온다. 이제 그녀는 결정해야 된다. 이 모든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에이바'는 여성 킬러의 활극을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다. 그러나 여성판 '존 윅'이 아닌 인간적 고뇌와 상처에 허덕이는 외로운 한 킬러의 이야기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 동생과 가까워진 옛 남자친구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 망가진 자신에 대한 절망감, 동생에 대한 연민, 그렇지만 이를 이겨내야 하는 독한 면모까지 잘 연기한다.
테이트 테일러는 배우로 시작해 연출로 재능을 찾아낸 감독이다.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차별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 '헬프'(2011)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영화로 이듬해 3명의 여배우를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매력을 액션에만 한정시키기보다 드라마로 더욱 확장시키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에이바'는 존 말코비치, 콜린 패럴, 지나 데이비스 등 나름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한때 여성 히어로물 '롱키스 굿나잇'(1996)으로 인기를 끌었던 지나 데이비스의 노년 모습을 볼 수 있다. 존 말코비치는 아버지처럼 마지막까지 에이바를 지켜주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상관 듀크역을 맡아 호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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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15 14: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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