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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는 영웅 액션 활극이 아니었나?

시간 떼우기 용 '어벤져스' 군단이 왜 이렇게 근사해졌지? 개봉 첫날 첫 시간에 관람한 후 든 생각이다.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전작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까지 다시 보고 간 터라 더욱 확연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슈퍼 히어로물의 역작이다. 10년간 어벤져스 역사를 3시간에 쏟아 넣어 비장미 넘치는 서사극을 만들어냈다.
악의 화신 타노스가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 뒤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재로 사라지게 한다. 그 후 5년 뒤, 살아남은 히어로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앤트맨(폴 러드)이 되살아난다. 그는 양자 공간에 있다가 우연히 현재로 튀어나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살아남은 어벤져스들이 다시 뭉친다. 양자역학을 통해 과거로 되돌아가 타노스의 손에 넘어가기 전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해 사라진 사람들을 돌아오게 할 계획을 꾸민다.
슈퍼 히어로물답게 아주 단순한 줄거리다. 그러나 극적인 이야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3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나누면 3개의 구조로 구분된다.

1막은 상실이다. 페이드인 되면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가 딸에게 활을 가르친다. 햇살이 드는 야외에서 가족 피크닉. 그러나 눈앞에서 가족들이 모두 재로 날아가 버린다. 이후 히어로들은 모두 지리멸렬한 일상을 살아간다. 헐크(마크 러팔로)는 몇 차례의 자기 실험 끝에 안경을 쓴 덩치 큰 초록 아저씨가 됐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배가 나온 술꾼이 됐다. 매몰차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마저 홀로 눈물을 훔치며 후회와 슬픔에 가득 차 있다.

1막은 액션에 치중했던 내러티브에 비장미 넘치는 서사구조를 담는 과정이다. 어벤져스 군단의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애련한 서정성까지 담아 살아 숨 쉬게 한다.

2막은 다시 희망이다. 앤트맨의 귀환으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등 살아남은 히어로들이 결집한다. 영화는 다시 색깔을 환하게 갈아입는다. 마블 히어로 특유의 유머들이 살아난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와 수다스러운 로켓(브래들리 코퍼 목소리)은 물론이고, 타르와 헐크까지 가세해 곳곳에서 폭소를 자아낸다.

"22편의 영화가 집대성된 작품"이라고 말한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의 말처럼 '아이언맨'(2008)부터 10년간의 마블 영화 속을 헤집는 즐거움을 준다. 아이언맨은 1970년으로 되돌아가 아버지와 상봉하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3막. 최후의 일전과 고별이다. 특히 3막은 연출을 맡은 안소니 루소와 조 루소, 그리고 마블 제작진의 마블 히어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한껏 묻어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비롯해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배우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보낸다.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과 새로운 방패 주인의 세대교체는 아쉬움과 함께 애잔한 마음까지 나게 한다. 1세대 어벤져스의 퇴장은 한 세대와의 작별과도 같은 것이어서 감독은 특히 에필로그를 반복해서 그려낸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이제껏 틈만 나면 액션으로 떼우던 것과는 달리 액션을 무척이나 아끼는 편이다. 서사 구조를 위한 것이지만, 액션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대결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어벤져스 어셈블'(Assemble)'!"이라고 외치는 캡틴 아메리카의 구호는 극의 절정을 만들어낸다.
마블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배우들에게 조차도 전체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보안에 철저했다. 예고편을 만들면서 단 하나에도 타노스(조슈 브롤린)를 등장시키지 않을 정도였다. 전작에서 닥터 스트레인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1천400만 605개의 미래를 읽고 그 중 단 하나만 성공한다고 예고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의 수다.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동안 마블 영화들은 쿠키 영상으로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쿠키 영상은 영화가 끝난 후 짧게 추가되는 영상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쿠키 영상이 없다. 이는 한 세대와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고, 어벤져스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다.
틸다 스윈튼, 미셀 파이퍼, 마이클 레드포드도 까메오로 출연하고, 앤트맨을 만들었던 행크 핌 박사역의 마이클 더글러스의 젊은 시절 모습도 나와 재미를 더한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현재 할리우드 영화의 현주소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화려한 액션과 현란한 편집, 극한의 세밀함을 보여주는 특수효과, 극의 강약을 조절하는 긴장과 유머. 그리고 여기에 약자들의 정의감과 다인종의 융합, 거기에 서정성까지 더한다. 미국 영화가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스크린에 그려낸 것이다. 장르가 슈퍼 히어로물이라는 것도 미국적이지 않을 수 없다. 1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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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4 13: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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