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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조슈 브롤린) 일당은 지구를 침공한다. 동기는 당연히 인피니티 스톤. 인피니티 스톤은 스페이스 스톤부터 소울 스톤까지 총 여섯 개의 스톤을 지칭하는 단어로, 지구에는 비전(폴 베타니)과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베치)에게 각각 마인드 스톤과 타임 스톤이 주어진 상황이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목적은 단 하나. 우주의 절반을 쓸어버리는 것.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면 손가락만 튕겨도 모두 파멸할 것이라는데, 이에 맞서 어벤져스는 타노스를 막기 위해 고군 분투하게 된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대급으로 충격적인 결말이었으니. 설마 그렇게 되진 않겠지 하는 일들이 인정사정없이 벌어진다. 사실 스토리 보안을 이유로 개봉 당일까지 스포일러 금지령을 내렸을 때는 내심 오버스럽다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슈퍼 히어로 물의 스토리는 거기서 거기지 않은가. 하지만 금지령은 내려질 만했다. 단언컨대 당신은 어마어마한 결말에 멍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될 것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뛰어든다. 절대 빌런인 타노스의 등장을 시작으로 영화는 이미 비극적인 분위기를 짙게 깔고 간다. 그를 중심으로 오프닝 시퀀스를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벤져스 멤버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 헐크와 토르가 타노스와의 대결에서 무력하게 무너짐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희망의 부재와 인류의 멸망을 예감케 한다. ‘이건 시작일 뿐 이보다 더 강한 절망이 올 테니 잘 두고 봐라’ 하는 듯 어두운 메시지가 엄습한다.
그간 위기의 순간에서도 농담을 즐길 정도로 여유 넘치고 강력했던 어벤져스들에 비해 빌런들은 별로 매력도 없고 턱없이 약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타노스는 차원이 다르다. 불멸의 신 로키의 죽음에서 타노스 앞에서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력한 이유는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고 했던가. 영화 속 타노스는 ‘다수의 삶을 위해 절반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 멸망보다 낫다’라는 신념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더 발전해서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본인이 구원을 위한 심판자임을 자처하기까지 한다. 다시 말해 그는 단순한 악당의 역할을 넘어서 명분과 번뇌가 교차하는 인간적인 캐릭터인 것이다. 감독 루소 형제가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타노스의 등장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완성도 높은 스토리가 있는 장르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단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23명의 슈퍼히어로의 총출동이라 할 수 있다. ‘어벤져스’의 주축 멤버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는 물론 팔콘, 워머신, 스칼렛위치, 비전,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윈터솔져, 블랙팬서, 로키, 스타로드, 가모라, 드랙스, 로켓, 그루트 등 MCU 작품의 주연급 활약을 한 캐릭터가 상당수 등장하고 페퍼포츠, 웡, 네드, 슈리, 음바쿠, 오코예, 콜렉터, 맨티스, 헤임달 등 조연들 역시 다수 등장한다. 정말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많은 수의 등장인물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온다. 마블 10주년을 기념하듯 볼륨 자체가 차원이 다른 역대급이다. 그렇다고 해서 혼란스럽거나 캐릭터가 중구난방이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블은 이런 대형그룹 분야라면 프로장사꾼이다. 그들의 비법은 바로 여러 유닛으로 나눠 색다른 케미를 주는 것. 아이언맨과 닥터스트레인지의 기싸움은 웃음을 자아내고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팬서는 든든하다. 코믹지수 보장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토르의 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캐릭터들의 분량 안배 스킬이다. 주연급 캐릭터만 23명이나 되는 작품이지만 놀라운 것은 영화를 다 본 후 모든 캐릭터를 기억하게 된다는 점이다. 149분의 러닝타임을 빼곡히 채워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되거나 좋은 부분이라도 필요 없는 부분은 단 몇 프레임이라도 넣지 않았으리라. 이 영화는 후세에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장르의 교과서가 될 것 같다.
‘1막에 권총을 소개했다면 3막에서는 쏴야한다. 안 쏠 거면 없애버려라’라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말처럼 오프닝 시퀀스에 바로 떡밥을 깔아서 영화의 결말까지 암시한 격이다. 시작부터 절망을 주더니 영화는 줄곧 관객들의 남아 있는 희망을 하나씩 제거해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엔딩 시퀀스에 와서는 태풍이 지나간 듯 슬퍼할 틈도 없이 잔인하게 막을 내린다. 이를 지켜본 관객은 허탈하다 못해 믿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느낀다. 10년에 걸친 시리즈의 대단원으로 히어로들이 죽고 빌런의 승리로 결말 된다니 이는 물론 다음 편을 위한 설정이겠지만 마블 영화 중 가장 예측 불가한 어두운 영화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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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06 11: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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