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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고난과 저승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는 리얼리티와 판타지 사이에서 시소게임을 한다.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차태현) 앞에 저승 차사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이 나타난다. 자홍은 자신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도 않는데 덕춘은 정의로운 망자이자 귀인이라며 그를 치켜세운다. 저승으로 가는 입구, 초군문에서 그를 기다리는 또 한 명의 차사 강림(하정우)은 차사들의 리더이자 앞으로 자홍이 겪어야 할 7개 재판에서 변호를 맡아줄 변호사이기도 하다. 염라대왕에게 천 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자신들 역시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삼차사는 자신들이 변호하고 호위해야 하는 48번째 망자이자 19년 만에 나타난 의로운 귀인 자홍의 환생을 확신하지만, 각 지옥에서 자홍의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고난과 맞닥뜨린다.
주연인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외에 김동욱, 오달수, 임원희, 도경수, 이준혁, 김수안 등 조연진이 화려한데 카메오 진용도 쟁쟁하다. 마동석, 이경영, 김혜숙, 이정재, 김하늘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속 등장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개 지옥을 대표하는 염라대왕들이 입은 의상과 그들이 거처하는 공간, 그리고 그들의 기상천외한 능력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상해본 적도 없는 진기한 구경거리이다.
영화의 시각 효과는 충분히 성숙하다. 지옥을 재현한 이야기이므로, 한국 설화에서 가져온 죽음의 사자 캐릭터들과 척박한 현대 자본주의 정글의 하층부에 있는 소시민 캐릭터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방대한 원작을 2시간짜리 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원작을 완전하게 쪼개어 짧은 분량으로 대폭 각색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원작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영화 특유의 즐거움을 해치거나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원작이 가진 특유의 색채가 영화로 변주하는 과정에서 많이 옅어졌는데, 이는 쏟아부은 고예산을 회수해야 하는 산업으로서의 영화가 가지는 속성 안에서 이해되어야 할 요소이다.
영화는 다소 신파성을 가진 이야기를 포함하며, 죄의 고백과 용서라는 종교적 화두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각자 죄를 지으면서 사는 현실에서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가 정말 필요함을, 그리하여 구원받고 영혼이 구제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쉽게 잊으며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돌직구 같은 메시지이다.
전편과 후편 사전 제작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350억여원의 제작비는 한국영화에서는 역대급이며, 스케일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정도다. 후속편은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며, 이 영화는 한국형 판타지 장르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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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2-30 11: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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