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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42) 씨는 요즘 낮에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꾸벅꾸벅 조는 일도 잦고, 밥맛이 없고 일할 의욕도 뚝 떨어졌다. 최 씨의 무기력증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부쩍 심해졌다. 밤에도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었기 때문이다. 잠 못 드는 밤이 늘면서 기온이 높지 않아도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증 증상도 나타났다. 최 씨는 "지난해 여름 별 생각 없이 에어컨을 돌렸다가 3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낸 이후로는 열대야를 몸으로 견디고 있다"면서 "불쾌한 여름밤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여름철,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26일 대구에서도 올 들어 처음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밤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에는 몸의 중추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불면증이 시작되면 피로감이 쉽게 가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 두통, 식욕부진, 소화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열대야 불면증, 가볍게 넘기다 毒 될라
수면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은 기온이 20도 정도일 때 가장 쾌적하게 잠이 들지만, 열대야에는 체온을 담당하는 중추신경이 자극을 받아 심박수가 늘고 몸을 자꾸 뒤척이게 된다. 이 때문에 깊은 수면의 단계인 '렘(REM)수면'이 줄면서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 무기력, 두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불면증이 나타나면 습관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짧게 끊어지는 수면과 얕은 수면, 꿈을 많이 꾸는 수면을 반복하게 된다. 불면증은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불면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진단을 받은 뒤 10년이 지나도 불면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에 따르면 한국인 중 15~20%가 만성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불면증이 생기면 피로감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두통, 소화 불량 등을 겪고, 짜증을 잘 내는 신경쇠약 증세로 이어진다. 불면증이 계속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면증 환자의 20%는 우울 증상을 보인다. 수면시간이 짧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알코올 의존증이나 대사증후군,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등이 발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불면증과 함께 수면무호흡증 등이 동반되면 주간 졸림증이 나타나고, 주의력과 업무수행능력, 기억력, 운동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노인의 수면무호흡증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실내온도 18~22도, 습도 40~60% 맞춰야
열대야 속에서도 수면 환경을 잘 유지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수면환경은 온도와 조도, 습도가 모두 관련돼 있다. 가장 숙면을 취하기 좋은 온도는 20±2도, 습도는 40~60% 정도다. 어두울수록 수면유도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뇌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되도록 침실은 조용하고 어두운 것이 좋다.
에어컨은 20~25도 사이의 적정 온도로 맞춘 뒤 20분에서 1시간 정도 틀었다가 끄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에어컨을 장시간 켜놓으면 갑작스러운 체온저하와 혈액순환장애로 피로감이나 두통이 심해진다. 선풍기도 벽 쪽을 향하게 해서 1, 2시간만 켜놓는 것이 좋다.
수면습관은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잠이 늦게 들었다거나 늦잠을 잦다는 이유로 잠을 몰아서 자거나 취침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수면 리듬을 깨뜨려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늦게 잠들었다고 해도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피로가 심해 낮잠을 잘 경우에도 30분 이내로 자는 것이 좋다.
늦은 시간,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늦은 시간까지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오르고 교감신경이 흥분해 몸은 피로해도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저녁 시간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요가, 스트레칭 등이 좋고, 되도록 4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무리해야 한다.

◆잠 안 온다고 '치맥' 안돼요
저녁식사는 잠자리에 들기 3, 4시간 전에 끝내야 한다.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콜라,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한다. 대신 따뜻한 우유나 차를 마시면 피로를 풀어주고 불안감을 줄여 졸음을 유발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술은 잠드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효과는 잠시뿐이다. 오히려 얕은 잠에 들게 하여 자주 깨게 된다. 또한 음주는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을 이완시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적절하게 햇빛을 보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30분 정도 햇빛을 보면서 산책과 같은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은 기분 호전에 도움이 되고,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에 도움을 준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컴퓨터나 TV,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 모니터나 액정화면 등의 밝은 빛에 노출되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색광을 많이 내뿜는 스마트폰은 멜라토닌 억제 효과가 더욱 크다.
김효민 칠곡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약 한 달 이상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상당수는 수면 중 호흡장애나 몸의 움직임 등 수면 자체의 이상이 원인이므로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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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7-27 09: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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