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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박찬욱 감독은 15년 동안 감금된 남자 <올드보이>, 살인 복역 후 복수를 꿈꾸는 여자 <친절한 금자씨>, 뱀파이어가 된 신부 <박쥐> 등 잊을 수 없는 독보적 캐릭터를 영화를 통해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인 <아가씨>에서는 각기 다른 속내를 지닌 4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엇갈린 목적과 비밀, 사랑과 욕망이 충돌하는 팽팽한 긴장감의 매혹적 스토리를 완성해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미묘하게 맞부딪히는 관계 속 드러나는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로 창조된 1930년대의 볼거리가 더해진 <아가씨>는 전작에서 보여준 박찬욱 감독의 모든 장기가 응축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원하는 것은 숨긴 채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 <아가씨>의 4인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재미를 이끄는 큰 축이 된다. 막대한 재산의 상속자이며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간다는 사실 외에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귀족 아가씨 히데코. 아름다움 속에 사연을 감춘 아가씨는 모두의 욕망의 대상이 되어 곧 깨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속내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운 면모로 긴장감을 높인다.
한편 투박하고 당돌한 성격의 하녀 숙희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되어 보호받는 아가씨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날 것의 생생한 매력을 발산한다. 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아비에게 길러진 고아 소녀 숙희는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백작의 계획에 가담하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아가씨를 향한 진심과 백작과의 거래 사이를 줄타기하듯 오가며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신분과 목적을 감추고 아가씨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일상을 뒤흔드는 백작은 여자를 유혹하는 탁월한 기술과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지닌 매력적 캐릭터다. 백작은 진짜 귀족보다 더 귀족 같은 젠틀함을 뽐내지만, 한편으로는 능구렁이 같은 사기꾼의 면모를 보여주고, 강렬한 욕망, 그리고 나약한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입체적 캐릭터이다. 이런 백작은 <아가씨>의 끝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일본 귀족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룬 뒤 자신만의 거대한 공간 안에 욕망을 숨긴 이중적 후견인 코우즈키는 아가씨를 지배하는 동시에 극을 장악하는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서로를 팽팽하게 당기는 캐릭터 간의 긴장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아가씨>는 스토리를 이끄는 화자의 시선 변화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꾀하며 가려졌던 이야기의 윤곽을 드러낸다. 가짜와 진짜, 사랑과 사기, 거래와 거짓말이 뒤얽힌 관계 속 욕망을 감춘 인물들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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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6-08 12: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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