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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센터, ‘청소년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 포럼 개최 - 나쁜 아이들만 골라내면 문제가 해결될까…일-한 교류 교육포럼
  • 기사등록 2012-03-13 23: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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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에서유유자적프로젝트3학교폭력의 ‘대책’을 논의하자는 세미나, 포럼, 토론회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오는 3월 15일 오후 4시부터 하자센터 2층 999클럽에서 열릴 일-한 교류 교육포럼 ‘청소년 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는 오히려 ‘대책이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 ‘대책’이라는 것이 십대 청소년이 처한 복잡한 상황을 가해와 피해로 단순화하고, 학교와 경찰이 처벌과 격리로만 해결하도록 떠넘기는 현재 분위기에서 나온다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부제 역시 ‘가해자,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선 다양한 시각’으로 정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이 포럼에서는 우선 지난 1980년대부터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은 바 있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전문 연구자 야마모토 코헤이 교수가 기조 발제를 맡아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체현되는 축소판으로서의 학교, 그 복잡한 지형도를 보여준다. ‘집단 괴롭힘과 부등교’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게 될 야마모토 교수는 지난 12월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과 유사한 일본 사례를 들어 피해자와 가해자, 관중과 방관자의 4층 구조로 된 집단 괴롭힘(이지메)의 메카니즘을 제시한다.

1986년 2월 도쿄도 나카노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2학년 진급 이후 같은 반 그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오던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자살하면서 일본 사회를 들끓게 했다. 본인이 있는 상태에서 교실 내에서 모의 장례식이 열려 ‘장례식 놀이 사건’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담임 교사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자살 이후에도 반 학생들에게 함구할 것을 종용해 문제가 되었다. 결국 4월 경시청이 사건에 관련된 16명의 학생을 상해 및 폭행 혐의로 조사했고, 피해자의 유족이 유서에 명기된 두 명의 가해자 학생 부모와 도쿄도, 나카노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사건과 양호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밝혀진 일본 내 자살 및 자살 미수 현황, 또 실제 자살 미수 경험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야마모토 교수는 이기는 것만을 강조하고, 도움이나 의존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현 학교와 사회의 구조가 경쟁주의 아래서 배제되고 있는 청소년들을 증가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할 수 없다’는 건 고작 능력의 차이일 뿐이나 현 사회에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청소년들은 본연의 삶, 생의 존엄조차 무시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또래들과의 경쟁에서 처지지 않기 위해,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친구의 위기를 방관 및 조장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

학교를 비롯한 청소년의 생태계가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상, 그들의 문제를 교사나 경찰만이 떠맡을 수는 없다는 인식 하에 이번 포럼에서는 사회적기업, 청소년 활동가, 시민 등 학교 밖의 다양한 그룹들이 청소년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청소년, 청년이 직접 기획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는 온라인 학습생태계 ‘필통(http://filltong.net)의 기획자 한운장은 서울시내 한 중학교의 말썽쟁이들로만 구성된 27명의 남녀 중학생,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십대 후반의 15명 청소년들과 함께했던 ‘얘너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십수년 간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일본 교사 미즈타니 오사무의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에서 따온 이름. 일반적인 기준에서라면 ‘노는 아이들’ ‘문제아’ ‘가해자’로 불리는 청소년들과 부대끼면서 알게 된 그들만의 돌봄과 생존전략, 무엇보다 그들보다 더 폭력적인 어른들의 시선에 갇힌 청소년들의 진면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교사도 청소년 전문가도 아니지만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든 제주 ‘15호 클린하우스’, 구미 ‘천창경 미용실’의 사례도 소개된다.

대중음악분야 사회적기업 ‘유유자적살롱’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음악 기반 대안교육 프로젝트 ‘집밖에서 유유자적’을 소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무중력 청소년’이란 개념을 내세워 눈길을 끄는데, 이는 학교를 비롯한 사회 영역의 중력 바깥에 위치한 은둔형 생활 청소년들을 부르는 이름. 인디 뮤지션과 작곡가, 엔지니어, 기획자 등 음악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유자적살롱은 이들과 함께 3개월 동안 음악과 밴드 활동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사회성과 자신감을 찾는 과정을 밟아나간다. 15~24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미 5기에 접어든 ‘집밖에서 유유자적’은 수료 후에도 기수별 밴드 구성, 인턴십 제공, 일자리 연결 등 돌봄의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어 이미 30명 넘는 청소년 밴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차 발표가 끝난 후에는 사토 요사쿠 일본 문화협동네트워크 대표와 김경옥 격월간 민들레 편집주간 겸 공간 민들레 대표가 코멘테이터로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진다. 사토 대표는 1993년 부등교(등교거부) 청소년을 위한 프리스쿨을 개설한 이후 1999년부터 히키코모리 청소년의 지원을 위한 NPO법인 ‘문화학습협동네트워크’의 대표를 맡아오고 있다. 1999년 설립 이래 청소년들과의 다양한 대안적 활동을 펴온 민들레는 최근 펴낸 격월간 민들레 79호를 통해 ‘학교폭력이 아니라 폭력학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압력밥솥처럼 숨막히게 눌러대는 사회의 모순을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우리의 청소년은 닮아 있다. 일·한 교류 교육포럼 ‘청소년 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는 우리에게, 혹은 누구에게도 간편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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