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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은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남파 공작원이었다가 누명을 쓰고 죽은 아버지로 인해 북한 최악의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된 남매. 소년은 여동생의 목숨을 담보로 한 협박에 선택의 여지없이 남으로 내려와 살인 기술자가 되어야 할 운명을 받아들인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것,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는 것. 그 어떤 것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감정을 가지는 것 또한 사치다. 수용소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한 소년에게 북에 남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외의 삶의 방법은 없다.
하지만 동생과 같은 이름의 여학생에게서 친구를 발견하고 첫 임무 수행 후, 제 손에 묻은 피를 보고 눈물짓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아직은 여린 소년이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여동생의 목숨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 원치 않는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소년. <동창생>은 어른에게도 힘겨울 운명과 소년이라는 정체성,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드라마에 관객을 동참시킨다. 공감과 연민, 눈물과 분노라는 다양한 진폭의 감정을 오가며 말이다.
사실 배우로서 최승현은 아직 그 실체를 다 보여준 적이 없는 신대륙에 가깝다. <아이리스>의 킬러가 고운 선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아이콘화해서 보여주었다면 <포화 속으로>의 소년병은 보호본능 자극하는 소년의 감성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리고 마침내 <동창생>을 통해 최승현은 그가 가진 표현력의 스펙트럼을 아쉬움 없이 보여준다. 얼핏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년이라는 키워드는 그를 가두기보다, 그가 처한 남다른 운명으로 인해 배우로서의 도약에 날개를 달아준다. 임무 수행 과정에서 보여주는 총격씬, 오토바이 추격씬, 격투씬 등 생생하고 다이내믹한 액션의 쾌감은 액션배우로서 최승현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임무 수행의 비장함과 낯선 환경에 떨어진 서투름,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분노와 여동생을 향한 그리움과 슬픔까지, 감성연기마저 다채롭게 보여주는 <동창생>의 최승현은, 배우로서 그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동창생>에서 거대한 운명을 온 몸에 짊어진 어린 소년의 드라마를 더욱 촘촘하게 직조하는 이들은 이름 자체로 신뢰감을 주는 각 세대를 대표할 만한 연기파 배우들이다. <코리아>로 단숨에 연기파 여배우의 대표 주자로 관객에게 기억된 한예리가 명훈이 남으로 와 만난 유일한 친구 혜인 역을 맡았다. 그리고 어린 기술자인 명훈의 존재를 캐고 들어오다 그와 동생의 운명에 연민을 품는 국정원 요원 차정민 역에는 윤제문이, 소년의 운명을 촉발시키는 임무를 내리는 장본인인 정찰국 장교 문상철 역에는 <황해>이후 처음으로 악역 연기를 선 보이는 중견 배우 조성하가 합류했다. 또한 소년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약속,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에 도화선처럼 자리잡은 여동생 혜인 역에는 김유정이 출연했다. 개성과 연기력에서 대체가 어려운 든든한 배우군단의 포진은 <동창생>의 매 장면장면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공하며 영화에 신뢰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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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1-07 14: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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